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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과일: 그 맛에 무한대로 반하고, 이야기엔 무한대로 빠진다

by motungiingan 2025. 6. 5.
태국에 가면 누구나 한 번쯤 요란한 생김새에 ‘이게 진짜 과일 맞아?’ 하고 놀라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예쁜 색감, 기묘한 모양, 생김새와 기가 막힌 향과는 다르게 입안에서 퍼지는 이국적인 맛. 이 모든 것이 태국 과일의 매력이죠. 그냥 먹는 것도 좋지만, 태국 사람들처럼 제대로 먹고, 맛보고, 몸에 좋은 효능까지 알게 된다면 그 매력은 배가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소소하지만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도 숨어 있답니다.

 

초록빛 잔디 위 접시 안에 담아둔 태국의 열대과일(용과, 파파야, 롱안, 코코넛, 람부탄, 망고스틴)

 


 

1. 망고(Mango) – 주스로 마셔도 반해버리는 그 맛

태국 망고는 다른 곳에서 접하는 망고보다 훨씬 향긋하고 달콤합니다. 찹쌀밥과의 조합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태국 현지에서는 ‘망고 스무디(Mango Smoothie)’가 더 인기 있는 길거리 간식이기도 합니다. 빙수 얼음과 망고를 갈아 만든 이 음료는 입안에 부드럽게 감기며, 설탕을 따로 넣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달콤해서 더운 날씨에 완벽한 청량감을 줍니다. 여기에 코코넛 우유 한 스푼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열대지방의 낙원을 마시는 느낌이죠. 일부 가게에서는 건강 트렌드에 맞게 망고에 요거트, 바질 씨앗, 치아시드를 넣어 판매하고 있어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현지인들은 망고를 그냥 과일로도 먹지만, 그린망고를 채썰어 매운 소금장(남쁠라)과 함께 먹기도 한다는 것. 처음엔 ‘이걸 왜 먹어?’ 싶지만, 매콤 새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며 중독성이 있습니다. 효능비타민 A와 C가 풍부피부 건강과 눈 건강, 그리고 요새 관심분야인 면역력 강화에 탁월하며, 식이섬유가 많아 장 건강에도 좋습니다. 


에피소드 한 조각
방콕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한 여행객이 망고 스무디를 마시더니 “이걸 매일 마시면 몸이 망고가 되겠네”라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그때 처음 맛보았는데 정말 그 마음, 백 번 이해됩니다. 이후 날마다 손에 망고 스무디를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2. 두리안(Durian) – 천국의 맛? 지옥의 냄새?

두리안은 과일의 왕(King of Fruits)라고 불리는 ‘상징’이자 ‘도전’입니다. 과일 중 유일하게 공공장소 반입이 금지될 정도로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죠. 특유의 냄새가 강해 초심자에겐 도전과제처럼 여겨지기도 하죠. 하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상상도 못 한 고소함과 버터처럼 부드러운 크리미 한 질감이 혀를 사로잡습니다. 태국에서는 두리안을 그냥 먹기도 하지만,  튀기거나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 다양한 디저트로 즐깁니다. 특히 두리안 칩은 기름에 튀기고 살짝 소금 간을 더해 간식으로 즐기기 좋습니다. 현지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여행 선물로도 인기죠. 효능풍부한 에너지와 비타민C, 비타민 B군, 식이섬유, 칼륨이 풍부해 혈압조절과 피로 회복,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며, 항산화 성분도 가득합니다. 단, 태양인과 같이 열이 많은 체질이라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에피소드 한 조각
유명한 이야기로 두리안을 한국에 몰래 들여오려다 지독한 냄새 때문에 공항 기내에서 들킨 적이 있다고 하죠. 방콕의 야시장에서 처음 두리안을 맛본 한 친구는 냄새에 질색했지만, 한 입 먹고는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우웩… 근데… 맛있네?” 결국 그날 밤 숙소 냄새는 두리안으로 가득 찼고, 체크아웃할 때 청소비를 더 냈다는 건 안 비밀입니다.

 

 

3. 망고스틴(Mangosteen) – 과일계의 여왕

망고스틴은 보기에는 수수하지만, 속은 고급 그 자체입니다. 단단한 껍질을 조심스럽게 까면 하얀 속살같이 보드라운 과육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안의 과육은 달콤하면서 부드럽고, 신맛이 은은하게 돌죠. 한 번 먹고 나면 금세 또 먹고 싶어질 만큼 중독적입니다. 태국에서는 디톡스 과일로도 유명해, 과육은 물론 껍질을 말려 차로 마시기도 합니다. 늘 냉동으로 셔벗처럼 먹다 생과일을 먹으니 ‘희한한데?’ 하면서도 계속 당기는 맛입니다. 효능미백 효과와 항염 작용이 뛰어나 미용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 있으며, 과육의 새콤달콤한 맛은 입맛 없을 때도 술술 넘어갑니다.


에피소드 한 조각
태국의 한 시장에서 아주머니가 망고스틴을 고르는 꿀팁을 알려주었습니다. “윗부분 꼭지의 별 모양이 여섯 개면, 과육도 여섯 조각이야. 많을수록 과육이 많아.” 이 말을 듣고 별 개수 세며 고른 망고스틴은 정말 말랑하고 달았습니다. 과일에도 과학이 숨어 있더라고요.

 

 

4. 람부탄(Rambutan) – 털북숭이 속에 숨겨진 달콤함

처음 보면 깜짝 놀랍니다. 빨갛고 털북숭이인  꼭 외계 과일 같죠. 어떻게 보면 바다의 ‘멍게’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껍질을 벗기면 리치처럼 투명한 과육이 드러나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퍼집니다. 람부탄은 냉장 보관해서 시원하게 먹으면 더 맛이 좋고, 현지에서는 시럽에 절여 디저트로도 즐깁니다. 태국 남부에서 주로 재배되며, 효능비타민 C가 풍부하고 철분도 들어 있어 빈혈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에피소드 한 조각
태국에서 택시 기사 아저씨가 친구와 한국말로 대화하는 것을 듣고, 한 봉지의 람부탄을 주며 “한국인? 이거 먹어~ 공짜!”라고 건넸습니다. 선뜻 받아도 될까 망설였지만 알고 보니 자기가 농장에서 직접 딴 거래요. 따뜻함과 과일의 단맛이 어쩐지 닮아 있었죠.

 

 

5. 용과(Dragon Fruit) – 눈도 입도 즐거운 과일

용과는 이름부터 강렬하지만, 맛은 상큼하고 아삭하며, 잘 익은 것은 달콤하고 부드러워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하얀 속에 까만 씨앗이 박혀 있어 시각적으로도 재미있고, 붉은 용과는 단맛이 강한 편입니다. 태국에서는 보통 숟가락으로 반 갈라 떠먹거나, 샐러드와 섞어 먹기도 합니다. 효능은 특히 수분이 많고 당이 낮아 다이어트 간식으로 인기가 높으며,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피부 건강에도 효과적입니다. 더운 날 갈아서 주스로 마시면 몸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죠.


에피소드 한 조각
변비가 있어 현지인의 추천을 받아 매일 아침 용과를 깎아 먹었더니 며칠 만에 항문이 열리고 인생이 다시 열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6. 롱안(Longan) – 작지만 달콤한 ‘용의 눈’

롱안은 이름부터 인상적입니다. 중국어로는 ‘룽얀(龍眼)’, 즉 ‘용의 눈’이라는 뜻을 가졌는데, 과육이 반투명하고 씨앗이 까맣게 박혀 있어 진짜 눈처럼 생겼기 때문이죠. 태국에서는 주로 북부 지역, 특히 치앙라이와 람푼에서 많이 재배되며, 현지에서는 그냥 까서 먹거나, 건조해 차로 끓여 마시기도 합니다. 맛은 리치보다 단맛이 진하고 과즙이 풍부하며, 살짝 꿀향이 감도는 것이 특징입니다. 시원하게 해서 먹으면 목 넘김이 좋고, 더운 날씨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효능피로 회복과 면역력 증진, 특히 진정 효과가 있어 태국 전통의학에서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과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피소드 한 조각
태국 친구 집에서 롱안을 대접받았을 때, 친구 어머니가 “이건 밤에 잠 안 올 때 먹으면 좋아”라고 하시더군요. 그날 저녁, 롱안을 간식처럼 먹고 숙면에 빠졌습니다. ‘용의 눈’이 지켜줬나 봅니다. 그 뒤로 길 가며 용안주스가 눈에 띌 때마다 먹고 있습니다.

 

 

7. 파파야(Papaya) – 과일도 되고, 샐러드도 되는 만능 식재료

파파야는 태국에서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즐겨지는 과일 중 하나입니다. 익은 파파야는 부드럽고 달콤해 디저트로 먹지만, 익지 않은 풋파파야는 그냥 먹기도 하지만  쏨땀(Som Tam)’이라는 매콤한 샐러드로 변신합니다. 이 요리는 풋파파야를 채 썰고 라임, 피시소스, 고추, 땅콩 등을 넣어 매콤 새콤하게 버무려 만드는데, 더운 날씨에 입맛을 확 돌게 만드는 마법 같은 메뉴죠. 익은 파파야는 보통 숟가락으로 퍼먹거나, 냉장고에 넣어 차게 만든 뒤 후식으로 먹습니다. 달콤하고 약간의 머스크향이 도는 이 과일은, 열대지방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효능소화 촉진, 피부 미용, 항산화 작용이 있으며, ‘파파인(papain)’이라는 효소 덕분에 고기 요리를 연하게 하는 데도 사용됩니다. 특히 태국에서는 뷰티푸드로 알려져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에피소드 한 조각
방콕에서 쏨땀을 처음 먹고 매워서 땀을 뻘뻘 흘렸는데, 그걸 본 노점상 아주머니가 잘 익은 파파야 조각 하나를 주셨어요. 그 한 조각이 그렇게 달달한 천사의 맛일 줄이야. 매운맛에 놀라고, 파파야의 단맛에 위로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태국 과일, 먹는 게 여행의 절반

태국의 과일은 건강에 대한 철학이 녹아 있는 보물입니다. 각 과일마다 독특한 풍미와 활용법이 있으며, 그것을 먹는 경험은 곧 그 땅의 따뜻한 정서와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야기를 맛보는 것이기도 하죠. 길거리 과일 가판대가 보인다면 앞에서 망설이지 말고, 당장 한 입 베어 물어보세요. 여러분의 미각은 물론, 기억 속 감성까지 꽉 채워줄 테니까요.

 

무슨 과일이든 먹어보고 맛있으면 주저 말고, 외쳐보세요. 알로이 막!
그럼, 상인의 함박웃음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