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거리에는 향긋한 코코넛 향과 달콤한 망고 향이 가득 퍼져 있습니다. 한 입만 먹어도 무더운 여름이 잊히는 듯한 태국 디저트의 세계는 단맛은 물론 시원함과 열대과일의 풍미까지 품고 있죠. 이번 글에서는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 반한 태국의 대표 디저트 10가지를 소개합니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입안에 넣는 순간 달콤함이 퍼지는 그 순간까지 상상해 보세요.
하나, 망고 찹쌀밥 (Khao Niew Mamuang)
태국 디저트의 아이콘. “밥이 디저트가 된다고?” 싶은 놀라운 조합이자 식혜의 달달한 밥알을 혐오하는 사람에게서도 눈길과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보통은 미백색, 잘 찾아보면 핑크색, 노란색, 초록색, 심지어 식욕을 떨어뜨린다는 파란색까지도 찾아볼 수 있는 찹쌀밥(Sticky Rice) 위에 잘 익은 노란 망고를 듬뿍 얹고, 그 위에 진한 코코넛 밀크를 부어 튀긴 녹두로 마무리한 이 디저트는 한입 넣는 순간 망고의 달콤함과 짭짤함, 그리고 찹쌀의 쫀득함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립니다. 밥은 절대 달면 안 된다는 편견을 깨버리는 순간입니다. 색깔도 곱고, 꽃을 올려서 장식해주기도 하는데, 예뻐서 먹기 아까울 정도랍니다. 윤기가 흐르는 파란색의 찹쌀밥도 의외로 색감이 좋게 나와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둘, 로띠 (Roti)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태국식 팬케이크. 버터를 바른 얇은 도우를 지글지글 구운 뒤 달걀, 연유, 초콜릿, 바나나, 망고 등을 토핑으로 올려 돌돌 말아냅니다.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 여기에 연유의 진득한 단맛이 더해져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러워 속에서 달콤함이 폭발합니다. 밀대로 밀거나 돌리거나 만드는 사람마다 도우를 다루는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운이 좋으면 바로 코 앞에서 현란한 손놀림의 도우 돌리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일정한 얇기로 쭉쭉 늘어나는 걸 볼 때마다 신기해서 눈이 휘동그레질 때가 많습니다.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로띠가 완성되어 있는데, 뭔가 더 맛있는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요?
셋, 탐 팀 크롭 (Tub Tim Grob)
뽀얀 코코넛 밀크에 빨간 석류알을 동동 띄워놓은 듯한, 루비를 연상케 하는 태국식 젤리입니다. 물밤(water chestnut)을 타피오카로 감싸 붉은색을 입혀 알알이 먹을 때마다 쫀득하면서 아삭한 식감을 자아냅니다. 한 번 푸욱 떠먹기보다 한 알씩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화채처럼 안에 다른 과일과 얼음을 더해 시원하게 즐기면 후식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많이 달지도 않아서 부담 없어요. 탱글탱글한 식감과 부드러운 코코넛의 풍미, 요즘 같이 무더운 날 단맛 + 시원함 = 완벽 조합으로 탐 팀 크롭 한 그릇 해보세요.
넷, 루암 미트 (Ruam Mit)
색색의 젤리, 팥, 옥수수, 찹쌀 등이 코코넛 밀크와 함께 그릇 가득 담겨 있는 디저트 버전의 비빔밥이라고도 할 수 있죠. 오독오독, 아삭아삭, 쫄깃쫄깃, 다양한 식감이 입안에서 각각의 매력에 따라 한 번에 퍼지며, 씹는 재미와 함께 달달하고 크리미 한 맛이 중독성 있습니다. 한마디로 “디저트인데 왜 이렇게 고소하고 씹는 게 재밌지?” 싶은 맛입니다. 디저트로도 좋지만 곡식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든든합니다. 밥을 먹었는데도 1% 부족한듯 싶거나 다른 기름진 걸 먹기엔 부담될 때, 디저트 비빔밥, 루암 미트로 대신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다섯, 카놈 투아이 (Khanom Thuai)
작고 앙증맞은 도자기 그릇에 담긴 코코넛 젤리 푸딩. 하얀 위층은 짭짤한 코코넛 크림, 아래는 부드러운 단맛의 쌀 푸딩으로 달고 짭짤한 맛의 조화가 입안에서 “단짠”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텍스처 덕분에 끊이지 않고 연이어 먹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카놈 투아이(Khanom Thuai) 또는 카놈 투아이 탈아이(khanom thuai talai)라고도 불리는 이 디저트의 이름은 독특하게 조리하고 제공하는 작은 세라믹 컵인 thuai talai("talai" 그릇)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들어가는 재료에는 소금, 계란, 판다누스 에센스가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여섯, 푸이 통 (Foi Thong)
금빛 실타래처럼 생긴 이 디저트는 오리알 노른자를 설탕 시럽에 천천히 부어가며 만든 노른자당면입니다. 부드럽고 실키한 식감과 혀끝에서 녹는 듯한 달콤함은 정말 ‘황금의 실’이란 표현이 딱입니다. 왕실 디저트로도 사랑받는 전통 디저트이자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해석되어 음료와 쿠키, 크레페, 케이크 등으로 판매되고 있어서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디저트 입니다.
일곱, 로띠싸이마이 (Roti sai mai)
아유타야의 전통간식, 판단의 맛과 향을 입힌 초록색 얇은 전병에 흡사 튀르키예디저트인 피시마니예 혹은 한국의 꿀타래를 싸먹는 디저트입니다. 솜사탕처럼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눈 녹듯 사라지는 미백, 핑크, 초록색의 타래를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견과류 가루로 인해 마냥 단 것이 아니라 고소한 맛이 납니다. 곁들임으로 전병에 싸 먹으면 단맛이 중화되면서 쫄깃한 식감을 더해 든든하기까지 합니다. 어떻게 싸느냐에 따라 머리카락을 닮은 타래를 이용해 잔디인형을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결국에는 입 속으로 들어갈 운명이겠지만요. 한 번 먹으면 계속 생각나는 중독적인 맛입니다. 아.. 글을 쓰는 지금도 로띠싸이마이가 생각나네요. 침 넘어가는 소리 들리시나요?
여덟, 카놈 끄록 (Khanom Krok)
반달 모양의 작은 틀에 코코넛 밀크와 쌀가루 반죽을 구워내 만든 길거리 디저트. 겉은 바삭, 속은 몽글하게 부드러운 식감이 포인트. 갓 구워져 나올 때 한입 넣으면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가 폭발합니다. 한마디로 “작은 한입에 담긴 완벽한 코코넛” 거리에서 갓 구워 호호 불어가며 먹어야 하는 고소한 풀빵에 지하상가에서 주로 팔고 있는 커스터드 크림이 잔뜩 들어간 델리만쥬의 맛을 더한 맛이라고나 할까. 각각 토핑으로 옥수수나 타로 등이 들어가 있는데 맛은 고를 수 있습니다. 식감과 맛이 다양하니 무엇을 먹을지 모르겠다면 맛을 섞어달라고 요청하면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미 구워져서 식힘망 위에 올려져 있는 것보다는 조금은 기다리더라도 구워지고 있는 것을 먹어보면 확실히 다릅니다.
아홉, 룩츕 ( Look Choop )
눈으로 먼저 즐기고 입으로 마무리하는 ‘예술적인 디저트’인 룩츕은 태국에서 아주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한눈에 보기에도 귀엽고 알록달록한 과일 모양의 젤리 같은 디저트입니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속은 단단한 콩앙금으로 꽉 차 있습니다. 주로 녹두를 삶아 으깨서 달콤하게 만든 앙금을 손으로 빚은 다음, 망고, 체리, 고추, 옥수수 등 각종 과일이나 채소의 형태로 만들고, 마지막에 젤라틴 성분을 입혀 투명하게 반짝임이 두 눈을 사로잡습니다. 먹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즐거움도 가득한 룩츕은 마치 태국식 미니어처 디저트 아트라고 할 수 있죠. 한입 베어물면 겉은 살짝 쫀득하면서 오독하고, 속은 부드럽고 달콤한 콩 앙금이 입안을 감싸며, 정갈하면서도 이국적인 맛이 납니다. 귀한 대접을 받는 디저트답게, 예전에는 왕실이나 귀족들이 주로 먹었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간식이었습니다. 각 모양마다 그 맛이 나면 더없이 좋겠지만 인공적인 향을 입힐 바에는 차라리 한 가지 맛으로 건강하게 통일시킨 것이 포인트라면 포인트겠네요.
열, 상카야 팍 통 (Sangkhaya Fak Thong)
상카야 팍 통은 겉으로 보면 그냥 찐 호박 같지만, 그 속을 열어보면 코코넛 밀크로 만든 크리미 한 푸딩이 가득 들어 있는 디저트입니다. ‘팍 통’은 태국어로 ‘호박’을 뜻하고, ‘상카야’는 푸딩 형태의 코코넛 커스터드 디저트를 말합니다. 즉, 이 디저트는 호박 속을 파낸 후, 달걀과 코코넛 밀크, 설탕 등을 섞은 상카야 반죽을 부어 찌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전체적인 색이 썩 예쁘지는 않지만 겉은 달콤한 단호박의 푹 익은 부드러움이 있고, 속은 크림처럼 부드럽고 살짝 진득한 푸딩의 달콤함이 어우러져서, 한입 먹는 순간 입 안에서 가을과 열대의 풍미가 동시에 녹아드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따뜻하게 먹으면 부드럽고 포근한 맛, 차갑게 먹으면 쫀득한 달콤함이 살아나는 마법이 시작됩니다.
태국의 디저트는 열대의 풍미, 코코넛의 부드러움, 찹쌀의 쫀득함과 다채로운 색감이 만들어내는 예술입니다. 길거리의 노점에서든, 고급 레스토랑에서든 그 어디서든 ‘단맛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죠. 다음 태국 여행에서 제가 추천하는 10가지 디저트를 꼭 먹어보세요.
알록달록한 색감의 달콤한 디저트가 그날의 기억을 더 진하게 만들어줄 겁니다.